[윤상길의 행복글방] ‘오징어 게임’은 고장난 자본주의 게임이다

오피니언
오피니언
[윤상길의 행복글방] ‘오징어 게임’은 고장난 자본주의 게임이다
  • 입력 : 2021. 10.14(목) 22:28
  • 윤상길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
‘오징어 게임’은 서비스가 제공된 모든 국가에서 시청률 1위로 글로벌 흥행을 성공시키며 대중문화 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였다. / 넷플릭스
요즘 주변에 가장 핫한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다. 국내 미디어는 물론 전 세계 언론에서 ‘오징어 게임’은 뉴스의 상수(常數)다. 글 쓰고 말하는 일을 업(業)으로 삼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신드롬이면서 스트레스이기도 하다. ‘오징어 게임’ 이야기에 끼어들지 못하는 일반인은 ‘상식’이 부족한 사람이거나 무식한 사람이 된다.

‘오징어 게임’을 누가 만들고, 어떤 배우가 출연하고, 줄거리가 어떤지는 일반인 대부분은 알고 있다. 모르는 사람도 휴대전화만 열면, 인터넷에 접속하면 금세 알 수 있다. 게임이 몇 가지이고, 그 게임들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가를 전문가 못지않게 이해하고 설명하는 시청자도 수두룩하다. 주요 장면을 갈무리해 SNS를 통해 전달하는 마니아도 많다.

아무튼 ‘오징어 게임’은 세계 속 대한민국의 위상을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이동시키면서 높아졌으니 즐거운 일이다. 31개 언어로 쓰인 자막과 13개 언어로 더빙이 제공된 ‘오징어 게임’은 서비스된 모든 국가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흥행을 성공시켰다. K팝, K무비에 이은 K드라마 열풍으로 대한민국을 대중문화 강국으로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세계적 성공을 바로 보여준 기록은 인도와 일본에서의 시청률 1위다. 할리우드에 이어 발리우드로 불리는 영상 강국 인도에서의 기록이나, 여전히 혐한 분위기에 싸여 있는 일본에서 거둔 쾌거이기 때문이다. 제작국인 미국 할리우드를 포함할 때, K-Pop Culture의 완벽한 세계 정복이다. 세계의 모든 언론의 뉴스 맥락도 이를 중심에 두고 있다.

영국의 중요 신문 ‘더 타임스(The Times)’ 일요판은 10일(현지시각) “한류, 한국 문화가 세계를 어떻게 정복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문화의 세계 인기를 집중 조명했다. 신문은 “K-pop, K-drama, K-film, K-beauty, 한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며. “우리는 이제 모두 K팬이지만 ‘오징어 게임’과 같은 수출의 인기는 우연이 아니다”라고도 썼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의 2차 저작권을 포함한 모든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 낸 세금은 법인세 0.5%뿐이다. / 넷플릭스

‘더 타임스’는 이 결과를 “수십 년에 걸친 야심 찬 정부 계획의 산물이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창의적 능력과 문화집단의 노력도 놀랍지만, 정부 차원의 설계와 지원이 뒤따랐기 때문이란 시사다. 정부 주도의 인터넷망(網)의 대대적인 구축 등 IT산업에 기초를 둔 창의 융합의 예술 진흥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무심했을 뿐, 대한민국 정부는 오래전부터 문화 예술 진흥에 힘써 왔다. 헌법 전문과 제9조, 제69조에서도 ‘문화의 계승·발전과 창달’의 중요성과 국가의 책무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김구 선생은 ‘문화강국’을 설파했고, 2000년 당시 김대중 정권은 ‘새로운 예술의 해’를 지정했다. ‘더 타임스’의 이 한국 뉴스는 한국 정부의 문화 정책을 평가하는 것이기도 하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 성공에 따른 ‘돈’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넷플릭스는 이 드라마 제작비로 200억원을 투자했다. 그 대가로 작품에 대한 권리는 100% 넷플릭스 소유다. 아무리 흥행을 해도 제작자(한국)의 몫은 220억이 끝이다. 200억 제작비에 부가세 10%를 얹은 금액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오는 뜨거운 반응이 감사할 뿐(황동혁 감독)”이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의 인기로 콘텐츠 경쟁력을 인정받아, 4주 만에 시가 총액이 30조가 늘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계약 내용이 그렇다”며 한국 측에 수입 배분이나 보너스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우리 제작진은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가 한국의 산업 경쟁력과 문화 인지도를 높였다”는 데 만족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그 파급효과가 5~6조에 달한다”고 생색을 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2차 저작권을 포함한 모든 저작권이 넷플릭스 소유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얼핏 보아도 불공정 계약인데, 자본이 부족한 우리나라 제작사들은 흥행 실패 몇 번에 고꾸라질 위험이 없는 넷플릭스의 계약 방식을 반기기도 한다. 넷플릭스만이 아니다. 마블, 픽사 등 쟁쟁한 캐릭터와 이야기를 소유한 저작권 왕국, 디즈니도 마찬가지이다.

부산일보·국민일보 기자, 시사저널 기획위원, TV리포트·티브데일리 편집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으로 있다. ‘장군의 딸들’, ‘질투’, ‘청개구리 합창’, ‘충무로 25시’ 등 소설과 시나리오 희곡 평론집 등을 집필했다.
‘오징어 게임’은 인적 자원은 물론이고, 작품의 콘텐츠가 한국 그 자체이다. 6단계 게임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설탕뽑기, 줄다리기, 구슬치기, 징검다리 건너기, 오징어 게임은 우리의 전래 놀이다. 로봇 인형은 우리 교과서의 영희 일러스트를 따서 만들어졌다. 놀이도 문화임을 전제할 때 ‘오징어 게임’은 우리의 문화 현상을 반추할 뿐 아니라 우리 현실이기도 하다.

모든 게임은 ‘공정’을 원칙으로 한다. 스포츠도 놀이도 그렇다, 특히 사람의 신분을 결정하는 시험의 경우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 하물며 상상의 영역이지만, 사람의 목숨을 건 죽고 사는 게임이라면 두말할 나위도 없다. 단 1명만 살아남는 게임에 456명이 참여하다니, 그 믿을 수 없는 경우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우리의 현실이라면, ‘오징어 게임’은 끔찍한 드라마다.

드라마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모든 게임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무대로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물론 그때마다 함께 사는 방안을 쉽게 발견하지만, 어차피 이 게임은 ‘나만 살고 모두 죽어야 하는 게임’이다. 사는 방안이 제시된들 고장 난 자본주의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 목숨을 돈과 바꿀 수 있는, “내가 돈을 벌 수 있다면, 너는 죽어도 좋다”는 현실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지옥 같은 호러쇼(영국 일간 가디언)’, “가장 기이하고 매혹적인 넷플릭스 작품 중 하나(미국 포브스)”, “신선한 아이디어를 스릴 넘치는 드라마로 승화(Decider)”, “단순한 놀라움 그 이상을 선사(독일 film-rezensionen.de)”, “K드라마의 고전적인 표현에서 벗어난 서스펜스 제공(네덜란드 RTL뉴스)” 등 해외 언론의 찬사가 비아냥처럼 들리는 것도 이 불공정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4100억원대인데, 같은 기간 국내에 낸 세금은 법인세 0.5%인 21억7000만원뿐이다. 그들은 국내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이 내는 망 사용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그들은 한국에서의 기업 활동에서 불공정 게임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에게 ‘오징어 게임’ 시즌2를 비롯한 다른 작품에서 ‘모두에게 공정한 게임’을 기대해본다.

※ 본지에 실린 칼럼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 뉴스코프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윤상길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