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한 달, 리더십 분수령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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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한 달, 리더십 분수령 맞았다
  • 입력 : 2021. 07.13(화) 19:42
  • 뉴스코프 소미연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전격 합의한 뒤 당내 반발에 부딪혀 번복했다는 논란으로 진땀을 빼고 있다. /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한 달을 맞았다. 원내 경험이 없는 ‘0선’의 어려움을 딛고 빠른 속도로 당을 장악했다는 게 그간의 평가다. 실제 당 대변인 선출 방식에 적용한 토론배틀은 흥행했고, 당 지지율 상승과 당원수 급증세에 견인했다는데 이견이 없다. 대선을 앞두고 야권의 유력 잠룡들을 잇따라 만나 정권교체 발판을 다진 점도 주목할 대목으로 꼽힌다. 하지만 5차 재난지원금 관련 여야 대표 간 합의 번복 논란은 이준석 대표의 리더십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재난지원금 합의 번복 논란, 이유는?

논란은 12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찬 회동 이후 벌어졌다. 회동에서 재난지원금의 보편 지급을 전격 합의했다는 내용이 여야 수석대변인을 통해 발표됐다. 지급 대상 범위를 소득 하위 80%에서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뜻을 모았다는 것. 다만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비상 상황을 고려해 지급 시기를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발표 100분 만에 말이 달라졌다. 합의 취지가 잘못 알려졌다는 정정 공지가 국민의힘 측에서 나왔다.

국민의힘 측은 여야 대표의 합의 내용에 대해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대상과 보상 범위를 넓히고 두텁게 충분히 지원하는데 우선적으로 추경 재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라며 “그 후 남는 재원이 있을 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범위를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포함해 검토하자는 취지로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발표에서 밝힌 ‘지급 결정’을 ‘지급 검토’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정정된 내용은 당 수석대변인의 명의로 발표됐지만, 사실상 원내지도부가 이준석 대표의 합의안을 번복하며 수습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지급 대상 범위 확대에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코로나19 피해 계층에 대한 선별지급을 당론으로 내세웠다. 그럼에도 이준석 대표가 사전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합의에 나섰다는 게 내부 반발의 이유였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당내 이준석 대표에 대한 반발을 인정했다. 그는 13일 당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대표와 원내지도부 사이에 협상 내용에 대한 사전 교감이 없었다”면서 당내 반응은 “오히려 언론 여러분이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에게 볼멘소리를 내면서도 합의 번복 논란에 대해선 적극 두둔했다. 여야 대표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사실 자체가 “팩트가 아니”라는 것. 그 부분에 대해선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일게 된 것은 ‘배달사고’를 탓했다. 합의 내용을 언론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다. 이준석 대표도 강화된 방역수칙에 따라 배석자 없이 여야 대표 회동이 진행되면서 합의 내용이 충분히 설명되기 어려웠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아울러 재난지원금 지급 관련 합의는 확정된 내용이 아닌 “가이드라인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추경 증액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추경 문제는 당대표가 아닌 원내대표의 소관이다.

이준석 대표는 송영길 대표와 협상에서 소상공인 지원 확대 당론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낸 만큼 선결 과제 해결 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소득하위 80%에서 100%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 뉴시스

이준석 대표가 직접 나서 논란을 수습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그는 이번 논란으로 소통 부족이라는 지적을 받게 된 데 대해 “앞으로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당내 일부 의원들의 ‘제왕적 리더십’ 비판에 대해선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도리어 자신의 협상이 합리적이라는데 목소리를 높였다. 내부 갈등을 봉합하기까지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과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 당은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확대, 소비진작성 재난지원금 최소화라는 두 가지 당론이 있다”며 “협상안은 소상공인 지원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상에 가면 두 개의 당론이 병립하기가 어렵다. 당론을 둘 다 지키라고 하는 것은 앞으로 어떠한 협상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고 당내 비판 의원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 “협상안대로라면 민주당 부담이 더 크다”

따지고 보면 협상 내용도 나쁘지 않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검토는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현행안보다 확대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고 상기시키며 “두 가지가 쌍무적인 관계에 있고, 선결 과제가 있기 때문에 우리 당 입장에서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당내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말(협의 내용)이 있다”는 점에서 “협상안대로라면 오히려 민주당이 정부를 설득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민주당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에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부터 설득해야 한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재정 운용을 정치적 결정에 따라가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만약 민주당이 홍남기 부총리를 설득하는 데 실패해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확대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이준석 대표의 말처럼 “국민의힘에서 양해했던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부분도 어렵게 되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방안에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급 대상을 선별하기 위해 사용되는 행정비용 등을 고려하면 “80%나 100%나 차이가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의 무조건적인 반대 의견과 사뭇 다른 셈이다. 송영길 대표가 이준석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송영길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표가 결단했다면 일단 존중하고 내부적으로 면밀히 검토하는 게 보편적인 일처리 방식”이라며 “이번 합의는 이준석 대표가 실용적 접근을 보여준 결단으로, 소속 의원들은 대표의 결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적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한 쓴소리였다. 당 외곽 지원이 이준석 대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뉴스코프 소미연 기자 pink254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