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길의 행복글방]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의 예능화가 반가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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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길의 행복글방]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의 예능화가 반가운 이유
  • 입력 : 2021. 06.11(금) 17:13
  • 윤상길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
사람은 이야기하고 싶어 하고,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고, 이야기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 한다. 이야기를 주고받는 소통은 말, 글, 영상 등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대면 소통에서는 직접화법이 사용되지만, 비대면의 경우에는 간접화법, 가끔은 은유적 화법으로 소통된다. 소통 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이야기 기법을 ‘스토리텔링 기법’이라고 한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스토리(story)’와 ‘텔링(telling)’의 합성어이다. 말 그대로 ‘이야기하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스토리텔링 기법’은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내용을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기법이다. 요즘 TV 방송에서 이 기법을 응용한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인기도 높은 편이다.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은 오래전부터 시청자의 시선을 묶어놓는 소위 ‘킬링 콘텐츠’였다. MBC ‘PD수첩’,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그것인데, ‘탐사보도프로그램’이나 ‘시사프로그램’ 등으로 불렸다. 후에 출발한 KBS ‘역사 저널 그날’, SBS ‘궁금한 이야기 Y’, JTBC ‘스포트라이트’ 등도 스토리텔링 기법을 적용한 프로그램이다.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는 오락 예능, 교육, 문화 보존, 시사 해설 또는 도덕적 가치의 주입 수단으로 공유되는 자체 이야기나 서사가 있다. 이야기의 중요한 요소에는 음모, 등장인물 및 서사적 관점이 포함된다.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한 이들 프로그램은 정서적 몰입과 공감을 끌어내는 특성으로 가장 효과적인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시사 교양 장르에서 시작된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은 최근 들어 예능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면서 ‘스토리텔링 예능’이라 불리며, 시청률 상위권에 올라 있다. 대표적 프로그램은 ‘꼬꼬무’로 불리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와 ‘당혹사’로 불리는 ‘당신이 혹하는 사이’, 그리고 MBC ‘심야괴담회’를 들 수 있다.


이들 ‘스토리텔링 예능’은 이야기를 이끄는 진행자와 패널이 방송연예인이거나 셀럽이란 점에서 특화된다. 방송 중인 ‘꼬꼬무’는 영화감독 장항준, 아나운서 장성규, 개그우먼 장도연 등 장씨 3인방이, ‘당혹사’는 가수 윤종신, 영화감독 변영주, 배우 봉태규, 개그우먼 송은이, 가수 유빈 등이, ‘심야괴담회’는 김구라, 김숙, 황제성, 허안나 등 개그군단이 진행을 맡는다.

진행자의 면모만으로도 이들 프로그램에 예능의 옷이 입혀졌음을 알 수 있다. 시사 교양 범주의 다소 무거운 소재를 ‘재미’를 앞세운 예능 방식으로 풀어내 시청자의 접근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스토리텔링 프로그램’들의 예능화도 마찬가지다. 최근 방송을 재개한 MBC ‘선을 넘는 녀석들 : 마스터-X(이하 ‘선녀들’)’가 대표적이다.

‘선녀들’은 하차한 스타강사 설민석 대신에 심용환(역사학), 김경일(심리학), 김상욱(물리학) 등 스타교수들을 대거 투입했다. 하지만 기존 출연자인 아나운서 전현무, 가수 김종민, 희극인작가 유병재를 그대로 출연시키고 있다. 전문가 그룹을 강화하면서도 예능 방식의 진행 포맷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분명한 캐스팅이다.

tvN의 ‘알쓸범잡’도 ‘교양+예능’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의 범죄 심화 편인 ‘알아두면 쓸 데 있는 범죄 잡학사전 – 알쓸범잡’에는 박지선(사회심리학), 정재민(법률전문가), 김상욱(물리학) 등이 우리 주변의 범죄 이야기를 다룬다. 역시 예능인으로 변신한 유종신 가수가 진행을 맡고, 장항준 영화감독이 패널로 참여하고 있다.

새로 시작한 스토리텔링 프로그램들도 예능 부문에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난달 12일 첫 방송 된 JTBC ‘그림도둑들’은 세기의 명화 속에 숨겨진 기상천외하고 유익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방송사는 ‘인포테인먼트 예능프로그램’이라고 규정하지만, 이 역시 ‘스토리텔링 예능’으로 연출되고 있다. 가수 윤종신과 장기하, 배우 이이경과 이혜영, 개그맨 노홍철과 조세호가 출연한다.

부산일보·국민일보 기자, 시사저널 기획위원, TV리포트·티브데일리 편집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으로 있다. ‘장군의 딸들’, ‘질투’, ‘청개구리 합창’, ‘충무로 25시’ 등 소설과 시나리오 희곡 평론집 등을 집필했다.
이달 1일 다시 돌아온 tvN ‘벌거벗은 세계사’에는 매주 전문 강사가 초대되지만, 고정패널은 가수 은지원과 규현, 아나운서 이혜성뿐이다. 최고의 전문가가 강사로 초청되는 JTBC ‘차이나는 클라스’도 아나운서 오상진과 강지영, 모델 홍진경, 가수 지숙과 덕원, 배우 남보라 등 방송예능인을 고정 출연시키고 있다.

방송사의 스토리텔링 프로그램 편성 확대는 방송 콘텐츠의 질적 수준 향상을 의미한다. 또한 시청 집단의 확대를 통한 계층 소통에도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환영받고 있다. 어려운 교양 정보 프로그램을 쉽게 시청하고,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인식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점에서 그렇다.

‘역사 다시 보기, 새로 보기’도 최근의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이 거둔 성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선녀들’이나 ‘꼬꼬무’는 자칫 정치 편향성 반감을 일으킬 역사 기록을 예능으로 연성화시키면서 시청자의 역사에 대한 안목을 높여주고 있다. 최근에 방송된 ‘실미도 사건’, ‘12·12 군사반란’ 같은 소재는 기록으로 남겨야 할 영상물의 성과이다.

※ 본지에 실린 칼럼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 뉴스코프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윤상길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