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답정너’식 정책 설문으로 빈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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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답정너’식 정책 설문으로 빈축
내년도 복지 예산 여론 수렴에 엉뚱한 문답 일관
  • 입력 : 2021. 06.09(수) 15:51
  • 뉴스코프 김윤겸 기자
/뉴시스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예산편성 방향에 대해 국민 의견을 반영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에 대한 기재부의 시각을 강요하는 이른바 ‘답정너’ 질문과 답변으로 일관해 빈축을 사고 있다.

기재부는 ‘2022년도 예산편성 방향 등에 관한 대국민 설문조사’를 국민참여예산 홈페이지에서 9일부터 진행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설문은 코로나19·저츨신·고령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번 설문은 기재부가 그동안 일관해왔던 긴축재정을 비롯해 복지·경기부양 대책에는 소홀하고 산업 지원 정책은 강조하는 친기업적 행보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총 12개의 문항인 이번 설문은 사실상 기재부가 설정한 정책 방향에서 벗어난 답변을 하기 어렵도록 구성했다.

코로나19·저출산·고령화 등 사회안전망 관련 예산 편성에 대한 설문이라고 하지만 정작 이와관련된 항목은 12개 문항 가운데 3개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뉴딜 정책 등 산업정책 3개와 특히 재정정책 관련 항목은 절반인 6개나 된다. 사실상 사회안전망 예산에는 무관심한 태도다.
‘2022년도 예산편성 방향 등에 관한 대국민 설문조사’의 8번 문항. 재정건전성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화면 캡쳐

6개의 재정정책 관련 문항 역시 문제가 많다. 기재부가 그동안 보편적 재난지원금에 대한 반대 논리로 내세운 재정건전성 관련 질문은 무려 3개나 된다. 또 질문과 답변항목 역시 사실상 ‘재정건전성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유도하는 구성이다.

여기에 앞서 논란이 된 재정준칙 도입 관련 문제도 2개나 됐다. 국가채무 등 재정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정하는 재정준칙은 기재부가 예산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해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 중 34개에서 도입한 제도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 한창인 시점에서는 추진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EU를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재정준칙 적용을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기재부는 이런 상황에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설문에도 이를 유도했다.

이번 설문은 기재부 특유의 시각과 방향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민생경제는 외면한 채 재정 활용에 대한 부처의 내부논리에 의한 기득권 강화와 친기업 중심의 정책을 지향하는 그것이다. 이번 설문은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는 뜻의 ‘답정너’ 식 태도가 엿보인다.

기재부는 내년도 예산편성 6가지 중점 과제에 대한 온라인 댓글 토론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청년일자리, 자영업자 재취업, 재창업·경쟁력 강화 지원 등을 주제로 한다. 하지만 이같은 기재부의 태도로 토론 실효성에 대한 전망은 부정적이다.
뉴스코프 김윤겸 기자 paperguy@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