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길의 행복글방] 초고령사회, 시니어 스타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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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길의 행복글방] 초고령사회, 시니어 스타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
  • 입력 : 2021. 06.08(화) 11:10
  • 윤상길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15.7%에 이르며 오는 2025년에는 20.3%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 뉴시스
‘천덕꾸러기’는 ‘업신여김과 푸대접을 받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대한민국 사회의 천덕꾸러기는 노인이다. 노인 수가 너무 많고, 게다가 지독히 가난하다. 그들에게는 미래가 없다. 생산 능력을 상실하고 오직 소비만 할 뿐이다. 제 한 몸 가누기도 힘든 팬데믹 상황 속에서 파이를 나눠야만 하는 젊은 세대가 노인을 고운 눈으로 쳐다볼 리 만무하다.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 20%)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0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우리나라 인구의 15.7%에 이른다. 20명 중 3명이 노인이다. 이들 노인은 ‘100세 시대’를 노래하며, 계속 증가해 2025년에는 20.3%에 이르러 초고령사회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것도 심각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들이 가난하다는 사실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가 대한민국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한국 노인 빈곤율은 43.4%로 OECD 평균(14.8%)의 3배에 이른다. 왜 한국 노인들은 가난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나라 노인과 비교해 너무 일찍 경제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경제력을 유지하려면 ‘일’을 계속해야 한다. 우리나라 노인은 일하기를 싫어하는 걸까. 아니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31.3%가 여전히 생계를 위해 일을 하고 있다. 일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일거리 많지 않아서다. 일거리가 적은 것도 문제이지만 그보다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일거리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2019년 기준 고령층 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중은 82.8%로 대부분의 일자리가 저임금 임시·일용직에 집중된 것으로 집계되며, 이러한 현상은 질 낮은 노인 일자리로 분석된다. 은퇴 어르신의 경제적 자립과 건강한 노후를 위해서는 질 좋고 지속 가능한 노인 일자리 창출이 꼭 필요하며, 이는 초고령사회의 안정을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고령 인구가 증가세를 보이는 만큼 이들의 생계와 노후를 위한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 필요해졌다. / 뉴시스

2025년 초고령사회의 주역이 될 중년층의 고민도 노인 못지않게 크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반면 퇴직 나이는 점차 줄어들면서 대부분 중년층이 50대에 퇴직 후 은퇴가 아닌, 인생 2막을 새롭게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 사이에선 ‘노노족’, ‘반퇴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노노족’이란 영어 ‘노(No)’와 한자 ‘노(老)’를 합성해 만들어졌다.

‘노노족’은 ‘늙지 않는 노인’ 또는 ‘늙었지만 젊게 사는 노인’, 즉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를 칭한다. 이들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문화 소비생활에 적극적이며 활동적인 노인세대를 준비한다. 기존의 노년층이 소비에 유연하지 못한 것에 반해 소비와 문화생활에 익숙한 것이 특징이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해도, 젊은 세대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을 지녔다.

그들은 인터넷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으며, SNS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소위 ‘웹버족’이 늘고 있다. ‘웹버족’은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노인 세대를 지칭하는 ‘실버(silver)’의 합성어로, 디지털 라이프를 즐기는 정보화된 노인을 이른다. 이들은 단지 인터넷을 사용할 줄 아는 차원에 머물지 않고 각종 정보와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특성이 있다.

‘웹버족’은 인터넷 서핑뿐 아니라 블로그, 카페, 홈페이지 운영, 유튜브 방송은 물론 전자 상거래, 사이버 강의, 학위 취득 따위의 활동을 하며 인터넷 영역에서 세상과 소통한다. 이들은 또 젊은 시절 축적해 놓았던 자본으로 해외여행 등의 여가활동 등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초고령사회를 준비하는 이들은 대부분 각종 ‘미디어’를 통해 롤모델을 찾는다.

KBS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해 손담비의 ‘미쳤어’를 자신의 느낌으로 재해석해 화제에 오른 지병수 할아버지(78), 1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74) 등의 예가 ‘내일의 노인’들에게 ‘잘 사는 노인’이 되는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일반인의 롤모델 등장에서 보듯이 미디어를 통한 초고령 연예인들의 활약은 ‘노노족’에게 자극제가 된다.

미디어를 통한 초고령 연예·방송인들의 활약은 젊은 세대들에게 당당히 세월을 맞설 수 있는 용기와 신념을 준다. / 뉴시스

TV방송에서도 초고령 방송연예계 스타를 원톱으로 내세운 프로그램을 다투어 내놓고 있다. 탤런트 김수미(73)는 KBS2 ‘수미산장’ 등 여러 편의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요리 프로그램의 레시피를 모아 발간한 ‘요만치 레시피 북’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박원숙(73)은 KBS2 ‘빅원숙의 같이 삽시다’를 시즌3까지 이끌고 있다.

한국 방송의 최장수 프로그램인 KBS1 ‘전국노래자랑’의 송해 MC는 올해 우리 나이 95살로 기네스북에 올랐고, 또 다른 장수 프로그램 KBS1 ‘가요무대’는 83살의 김동건 아나운서가 붙박이 MC로 활약한다. 81살 최불암은 KBS1 ‘한국인의 밥상’을 이끌고 있으며, 69살 탤런트 김영철은 그의 이름을 앞세운 KBS1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를 진행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원로 가수들도 무대 전면에 나서고 있다. 주로 심사위원이나 멘토로 출연하지만, 잦은 노출로 팬들과의 거리를 좁히면서 시니어 스타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남진(76), 태진아(69)를 비롯해 ‘합정역 5번 출구’의 작곡가 박현우(80)와 작사가 정경천(74) 등이 시니어 스타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영화계에선 올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인 ‘미나리’의 윤여정(73)이 대표적 시니어 스타이다. 남자 배우로선 최근 건강을 회복한 안성기(70), 여자배우에서는 나문희(81)의 활약이 돋보인다. 노인 현실을 초고령 영화인들이 직접 스크린에 반영하는 작품도 있다. 유화춘(70) 작가의 ‘나는 OECD 국가 노지(老地)다’를 황동주(80), 임선(75) 감독이 공동 연출한다.

이밖에 DJ 최동욱(86)과 영화배우 한지일(73)도 ‘노노족’의 롤모델로 꼽힌다. 최동욱은 1964년 라디오 음악방송의 효시인 동아방송 ‘3시의 다이얼’의 DJ로 등장한 우리나라 최초의 방송DJ이다. 잠시의 미국생활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최동욱의 3시의 다이얼’을 콘서트 형식으로 이어가고 있다. 6070세대가 매주 3회 오후 3시에 모여 그의 해설로 팝송을 감상한다.

부산일보·국민일보 기자, 시사저널 기획위원, TV리포트·티브데일리 편집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으로 있다. ‘장군의 딸들’, ‘질투’, ‘청개구리 합창’, ‘충무로 25시’ 등 소설과 시나리오 희곡 평론집 등을 집필했다.
한지일은 배우 출신으로는 가장 유명한 SNS 시니어 스타이다. 경인방송과 함께 진행하는 유튜브 ‘식샤하셨습니니까’와 ‘한지일TV’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연예쪽 일정이 없으면 웨이터도 하고 세차장 알바도 한다. 그런 한편으로 노인 식사 봉사 등 자선 봉사 행사에 참여한다.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닥치는 대로 경제활동과 봉사활동을 하겠다”라고 말한다.

연예계 시니어 스타들은 이들처럼 “이 나이에도 가능할까?”, “지금이라도 괜찮을까?”라는 두려움을 딛고 도전한다. 초고령사회에서 자신들의 역할은 인생 2막의 역할이 아니라 ‘1막의 연속’이라며 인내와 도전을 보여준다. 그들의 꾸준함은 아름다운 열정으로 변하고 있다. 새로운 활력과 더불어 연륜과 경험으로 무장하여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실에 적응한다.

‘일하는 시니어 스타’에게 세월은 견뎌야 하는 야속한 존재가 아니라 자신감을 쌓아주는 존재다. 여느 세대와 당당하게 경쟁할 역량을 갖춘 그들은 지금 젊은 세대의 롤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의 삶을 학습한 오늘의 노인들도 용기와 연륜을 무기로 당당히 세월에 맞서고 있다. “건강만 하다면, 끈기만 있다면,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란 신념을 갖는다.

미디어의 영향을 받았든, 시니어 스타에게 학습되었든, 이제 그들은 나이보다 젊어 보이거나 젊어지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주름과 백발을 당당히 드러낸다. 뒷방에 물러앉은 게 아니라 세상에 뛰어들어 소통하려고 한다. 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열정적이면서 자신보다 덜 산 경쟁자들에게 미소를 보여줄 줄 안다. 조용하고 단단한 이들은 차돌만큼이나 강하다. 시니어 스타들과 함께 초고령사회 대한민국 노인들을 응원한다.

※ 본지에 실린 칼럼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 뉴스코프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윤상길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