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길의 행복글방] 성차이와 성차별, 인식격차 해소방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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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길의 행복글방] 성차이와 성차별, 인식격차 해소방안 필요
  • 입력 : 2021. 05.10(월) 10:03
  • 윤상길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
여성 징병제에 대해 젠더식의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 국방 예산 확보 등 다양한 시각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다. / 뉴시스
‘차별’과 ‘차이’는 누구나 구분한다. 국어사전에서 ‘차별’은 ‘둘 또는 여러 사이에 차등을 두어 구별함’으로, ‘차이’는 ‘서로 어긋나거나 다름’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이들 단어 앞에 성(性)이란 한 글자가 더해져 ‘성차별’과 ‘성차이’가 되면 그 해석이 분분해진다.

‘성차별’은 성(性)의 차이를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는 제도와 관습을 말한다. 남성에 의한 여성에 대한 차별뿐 아니라, 여성에 의한 남성에 대한 차별, 성적 다수자에 의한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대체로 남성들에게는 특별한 편익을 주고, 여성들에게는 열등하게 처우하는 것을 말한다. 동등한 능력을 소유하고 있는데도 남성을 여성보다 더 유리하거나 높은 위치에 기용하는 행위가 바로 성차별이다.

인류 역사에서 보이는 가장 보편적인 사례는 가부장제로, 대개 남성이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주도권을 인정받고 여성이 소외되는 제도였다. 현대의 많은 사회에서는 제도적으로 남녀평등을 인정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하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온다. 그래서일까. 아직도 다양한 성차별, 또는 역차별의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6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도 이 같은 우려는 잘 나타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성희롱 예방과 근절 방안 모색을 위해 ‘성희롱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수행기관 : 행복한 일 연구소)’를 실시했는데 성희롱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여성보다 남성이, 연령이 높을수록 큰 것으로 나타났다.

총 1만212명이 응답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성별 평균 차이는 중고생보다 성인과 대학에서 더 큰 차이를 보이고, 20대에서 남녀 간 인식 차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60대 남성과 10대 남성의 성희롱에 대한 잘못된 인식 정도가 가장 높은 반면, 20대 여성과 30대 여성의 잘못된 인식 정도가 가장 낮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성희롱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성희롱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여성보다 남성이, 연령이 높을수록 큰 것으로 나타났다. / 국가인권위원회
이 결과에서 나타난 20대 남녀의 인식 차이는 최근 이슈로 떠올랐던 ‘여성의 군(軍) 복무 의무화’ 논란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성차별’을 이야기할 때, 간과하지 않아야 할 요소는 같은 ‘성차별’ 사안이라도, 이를 판단하는 기준이 복잡한 사회 구성만큼이나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이다. 세대(연령) 충돌, 빈부 충돌, 주거공간과 교육수준 차이 등등 수많은 ‘차이’에 따라 그 목소리가 다르다. 결국 ‘차이’에 따른 공평성 문제가 대두된다.

“여성도 군대에 보내자”는 내용의 청원에 적극적 ‘찬성’ 의사를 보인 계층은 20대 남성이라고 한다. ‘페미니즘’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 많은 노년층 남성들은 이 주장에 대해 “별 해괴한 소리를 다 듣는다”라는 반응이다. 남자는 바깥 생활에, 여자는 안살림에 더 열심이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농어촌 주민은 “그따위 말은 젊은이가 많이 사는 도시에서나 하라”며 아예 말도 안 섞으려 한다. ‘차별’보다 ‘차이’에 무게를 싣는 집단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2010년과 2011년, 2014년 등 세 차례에 걸쳐 헌법재판소에서 남성에게만 병역 의무를 부과하는 병역법 규정이 합헌 결정을 받았다.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여성계에서도 “여성 징병제에 대해 논의를 해볼 수 있지만 젠더 갈등 식의 접근은 안 된다”라는 반응이다. 남성들의 이 주장에 대해 20대 여성들은 오히려 담담하다. ‘성차별’은 남성들이 먼저 시비를 자초하고 있다며 오히려 역공에 나선 모양새다.

온라인상에 나타난 “난 여잔데 여자도 군대 갔다 오면 호봉을 인정해 주고 모든 회사에서 남녀 고용 비율 똑같이 해달라”, “나도 여자지만 군대 가고 싶다” 등의 반응이 그것이다. 실제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9년 7월 남성 1036명, 여성 97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라는 질문에 여성 53.7%가 동의했다.

권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남성 중심의 징병제가 여성의 전 삶에 걸쳐, 특히 일자리나 직장 문화와 관련한 성차별의 큰 근원이다”며 “여성의 일자리 확대라는 측면에서 군인은 굉장히 좋은 일자리다. 군대에 여성이 많아지면서 여성 친화적인 조직으로 바뀐다는 것은 그 사회에 성평등 문화가 확대되는 데 굉장히 좋은 요소이다”라고 말했다.

부산일보·국민일보 기자, 시사저널 기획위원, TV리포트·티브데일리 편집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으로 있다. ‘장군의 딸들’, ‘질투’, ‘청개구리 합창’, ‘충무로 25시’ 등 소설과 시나리오 희곡 평론집 등을 집필했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은 남녀 모두 최대 100일간 의무적으로 군사 훈련을 받는 ‘남녀평등 복무제’ 도입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젠더정치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여성 징병제는 예전부터 정치권에서 계속 뜨거운 감자였다”며 “이 문제를 풀려면 국방 예산 문제가 확보돼야 하는데, 그런 큰 그림 없이 여성도 다 군대에 가야 한다고 하는 건 너무 극단적이고 단순하게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집권 여당은 20대 남성의 표심을 얻는 데 실패했다. 이 결과를 두고 일부 정치평론가가 “여성 위주의 정책을 펼친 집권 여당에 역차별을 당한 남성들의 반란이다”란 분석을 내놓았다. 여권 내부에서도 “20대 남성의 반페미니즘 정서 때문에 패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대 남성과 여성의 표심이 갈렸다는 주장은 옳다, 20대 남성이 야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지만, 20대 여성은 여당에 더 많이 투표하고 그 비중이 남성의 두 배에 이른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만약 ‘남성(오세훈) vs. 여성(박영선)’이 ‘반페미니즘 vs. 친페미니즘’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여당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40대 남성이 가장 친페미니즘적인 성향을 보여줬다고 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볼 만한 근거는 없다.

친페미니즘적인 여당에 20대 남성이 ‘역차별’이라며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라는 데 적극 동의했다면, 이는 경계해야할 젠더식 접근이다. 여당 소속 전임 시장들의 성추행 의혹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여당이 여성들에게 친페미니즘적으로 비쳐졌다”라고 볼 근거야말로 요즘말로 ‘1도’ 없지 않은가. 난센스 해법이고, 치졸한 역차별 공세다.

‘성차별’과 ‘성차이’를 젠더 식으로 접근하는 분석은 아주 위험하다. 세대를 비롯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집단은 이익을 두고 다투는 대립적 관계가 아니다. 각 집단은 살아가는 동안 다양한 문제를 같이 해결할 연대 관계에 있다.

남성과 여성의 조화가 세상을 편안하게 이끈다는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성차이’의 연대를 통해 현재 드러난 위험을 남녀 모두가 같이 노력해 극복함으로써 세대를 이어가고, 현세대의 과실을 후세대와 공유하며 불운한 세대를 그렇지 않은 다른 세대가 보조해 불운의 고통을 완화할 필요도 있다.

※ 본지에 실린 칼럼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 뉴스코프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윤상길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