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길의 행복글방] 부동산은 생선가게, 고양이를 잡아라

오피니언
오피니언
[윤상길의 행복글방] 부동산은 생선가게, 고양이를 잡아라
  • 입력 : 2021. 03.11(목) 10:15
  • 윤상길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
개발정보가 ‘돈’이 된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투기가 만연하다는 의미다. 청산해야 할 적폐 중 하나다. / 뉴시스
“땅값은 신(神)도 잡지 못한다.”
- 널뛰는 땅값, 못 잡나 안 잡나?

부동산 전문가도 많고, 이론가도 많은데, 땅값과 집값은 정책이 바뀌든, 담당 고위 공무원이 새로 임명되든 널뛰기는 계속된다. 오죽하면 “땅값은 신(神)도 잡지 못한다”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 현실이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따른 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와 거꾸로 가야 돈을 번다”라는 말이 스스럼없이 나올 정도다. 이때마다 관련 공무원은 동네북이 되고, 학계를 비롯한 전문가 집단의 자괴감도 커져만 간다.

서점에는 부동산 관련 서적이 쏟아지고, 공기관을 포함해 관련 학회와 단체에서 주최하는 세미나와 포럼도 하루걸러 열리면서 수많은 대책과 전망을 쏟아 놓는다. 그러나 백약이 무효다. 정답 없는 시험지 신세다.

특히 서울 집값이 문제다,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고 서울 집값이 뛰면, 이제까지 뒤도 돌아보지 않던 산골 야산까지 부동산 값이 꿈틀댄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여기에 LH공사 임직원을 비롯한 공기관 사람들과 공무원까지 가세한 건설 예정지 토지 매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난파선 신세로 전락했다.

부동산 소유주이든, 부동산을 매입하려는 희망자이든, 빌리려는 세입자이든, 부동산과 관련된 모든 사람은 “이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이다. 시쳇말로 ‘멘붕상태’다.

누가 책임을 져야 하며,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요즘 부동산 시장은 도둑고양이가 우글거리는 생선가게를 닮았다. 좁은 가게에 진열할 생선도 몇 마리 안 되는데, 그마저 채가려는 고양이들이 곳곳에 숨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최근 LH 임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투기를 근절한다면 우리 사회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 뉴시스

투기꾼 고양이는 늙은 고양이가 됐고, 더 영악해진 슈퍼 도둑고양이가 등장했다. 초식동물의 탈을 쓴 고양이들이 무리 지어 때를 노리더니 생선가게는 이제 먹지 못할 생선 내장과 가시만 몇 조각 남았다.

급기야 시장상인들이 연합해 특별조사단을 꾸려 고양이잡이에 나섰는데, 이들 고양이가 먹은 생선을 온전히 토해낼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오리발’만 내미는 이 녀석들을 잡기는 잡아야 한다. 어차피 책임은 ‘양두구육’ 조화를 부린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주인의 무지에 있다.

이 땅에서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 권력자와 공직자는 이들이 처음은 아니다.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 당시 황실 재산을 나눠 먹은 이들도 그들이다. 정부 수립 후인 1950년, 국회는 ‘구왕궁재산처분법’을 제정하여 황실의 재산을 전부 국유화했고, 이때부터 황실 소유 부동산 불하와 관련한 온갖 야바위가 판치기 시작했다.

이승만 정권 때에도 구 황실 소유 부동산 정실 매각과 관련한 논란은 적지 않았고 일본인이 소유했던 토지, 즉 ‘적산(敵産)’ 불하를 둘러싼 야바위 행위는 극에 달했다.

구 황실 소유 부동산 ‘정실불하’, 요즘 말로 ‘특혜분양’이 큰 문제가 되었던 것은 5·16 군사쿠데타 이후의 일이다. 1960년대 내내 구 황실 소유 토지 대부분이 군 장성이나 그 가족에게 ‘특혜 불하’됐다.

1960년대 중반 이후에 본격화한 ‘토지구획정리’ 사업 과정에서도 특혜 불하는 ‘관행’이었다. 토지구획정리사업 지구 내 대형 필지 상당수가 군인들에게 불하됐다.

땅으로 특혜를 베푼 건 전두환 정권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한강변을 아파트 단지로 만든 ‘공유수면매립사업’은 연탄재와 흙만 퍼부으면 떼돈을 버는 ‘기적적’인 사업이었다.

‘개발정보’가 ‘돈’이 된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특혜불하’나 ‘정실매각’의 역사도 100년이 넘는다. 100년의 노하우를 전수받은 생선가게 고양이는 더욱 교활해지고, 몇 번의 중성화 작업에도 불구하고 더욱 세력을 키우고 있다.

한둘이 아니다. 생선을 몰래 훔쳐 먹고도 입 닦고 먼 산 쳐다보는 고양이들이 여의도 국회 안팎에 즐비하고, 정부 관료와 공기업 임직원도 그들을 닮아가고 있다.

부산일보·국민일보 기자, 시사저널 기획위원, TV리포트·티브데일리 편집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으로 있다. ‘장군의 딸들’, ‘질투’, ‘청개구리 합창’, ‘충무로 25시’ 등 소설과 시나리오 희곡 평론집 등을 집필했다.
이제껏 우리 사회는 이런 종류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애써 본 적이 별로 없다. 오히려 그 ‘개발정보’를 ‘사적으로’ 나눠 갖지 못해 안달이었다. 어쩌면 지금 공직자들과 LH 임직원들은 “조선주택영단 이래 선배들이 80년간 유지해 온 관행을 따랐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정부의 합동특별수사본부가 시흥, 광명뿐 아니라 최근 20년간 조성된 ‘신도시’ 땅을 전수조사해서 고양이들을 색출해내면 놀라운 결과가 나올 것은 자명하다. 물론 LH 임직원만 ‘개발정보를 이용한 투기’를 벌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생선가게’ 냄새를 남보다 먼저 맡는 고양이들이 웅크리고 있는 서식지는 여러 곳에 있기 때문이다.

LH 임직원들의 ‘개발정보를 이용한 투기’가 이제 발견됐다고 해서, 이제 시작된 건 아니다. 오히려 이제야 이런 방식의 투기를 근절할 ‘기회’가 생겼다고 보는 게 옳다. 이 ‘기회’를 살려 100년 넘은 ‘적폐’ 중 하나를 청산하는 데 성공한다면, 우리 사회는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이 자리를 빌려 ‘반려묘’와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전한다. 생선가게 털어가는 나쁜 고양이 이야기를 했을 뿐, 한 가족처럼 사람과 더불어 사는 고양이들,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외로움을 달래주는 ‘반려묘’까지, 그런 범주에 넣을 의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반려묘’를 용도 폐기하고 유기하는 못된 주인이 늘어난다면, 사랑받던 ‘반려묘’가 생선가게 고양이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생선가게를 고양이로부터 지키는 책임은 결국 국민 모두의 몫이다.

※ 본지에 실린 칼럼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 뉴스코프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윤상길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