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길의 행복글방] 혜민 vs 현각 스님, 그리고 무소유

칼럼/오피니언
칼럼/오피니언
[윤상길의 행복글방] 혜민 vs 현각 스님, 그리고 무소유
  • 입력 : 2020. 11.17(화) 15:20
  • 윤상길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
불교계 유명 스님들에 대한 여론의 분위기가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비난을 받은 혜민스님(사진 왼쪽)은 활동 중단을 선언했고, 비난에 나섰던 현각스님은 혜민스님과 통화 이후 태도가 돌변해 또 다른 구설을 낳았다. / 뉴시스
혼돈의 시대다. 정치권은 물론이요, 기댈 곳 없는 대중의 마지막 안식처라는 종교의 세계까지 치고 받고 뒤엉켜 진흙탕의 난타판이다. “하느님도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고 외치는 목사님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다 논란을 빚은 유명 스님이 등장하고, 그를 향해 또 다른 스님은 ‘도둑놈’이라고 막말을 퍼붓는다. “세상살이 참 기묘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명상에세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로 유명해진 혜민스님은 최근 한 방송에서 소위 ‘남산타워 뷰’의 서울 도심 자택을 공개한 후 대중들로부터 “불교의 무소유 문화와 배치된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대중 뿐 아니라 ‘푸른 눈의 수행자’로 명성을 얻은 현각스님도 혜민스님 비난에 가세했다. 현각스님은 그의 SNS에 혜민스님을 두고 “연애인(연예인)뿐이다”며 “일체 석가모니의 가르침 전혀 모르는 도둑놈뿐이야”라고 비판했다.

비난을 받은 혜민스님이나 비난에 나선 현각스님이나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미국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비난 하루 만에 현각스님의 태도가 돌변했다. 두 사람이 70분간 통화를 했다는데 어제의 ‘도둑놈’을 오늘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당선자에게 ‘표 도둑질했다’라고 방방 뛰는 그 나라 대통령을 닮은 것인지, 본래 미국 사람들의 사고 구조가 그러한지, 몽매한 한국의 중생은 헛갈릴 뿐이다.

논란이 일자 혜민스님은 참회의 뜻을 밝히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15일 늦은 시간 SNS에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대중 선원으로 돌아가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 기도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혜민스님의 이른바 ‘풀(full) 소유’ 논란을 불러온 tvN 예능 ‘온앤오프’ 방송 장면. 해당 방송에서 혜민스님은 불가에서 설파하는 무(無)소유의 삶과 달리 남산뷰가 보이는 전망 좋은 집을 공개해 도마 위에 올랐다. / 방송 화면 캡처
그는 또 “수행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상에 불법을 전하려고 노력해왔다고 생각했으나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불편함을 드렸다. 승려의 본분을 다하지 못한 저의 잘못이 크다”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어서 “이번 일로 상처받고 실망하신 모든 분들께 참회한다”며 “더는 저의 일들로 지금 이 시간에도 분초를 다투며 산중에서 수행정진하시는 많은 스님들과 기도하시는 불자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글자만 몇 자 고치면 그 어떤 정치인의 정계 은퇴 선언과 다름없다.

두 스님의 화해와 혜민스님의 활동 중단 선언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비난은 거세다. 그만큼 불교계 유명 스님들의 배신, 일탈에 실망했다는 반응이다. 이나경 작가는 SNS에 “혜민스님은 산속 절 대신 서울 ‘남산타워 뷰맛집’에서 거주하고 ‘페라리’를 몰며 자신의 콘텐츠를 활용하여 끊임없이 중생들과 호흡하고 있다. Full(풀)소유의 삶을 실천하기 위해 돈에 집착하여 열심히 살고 있는 혜민스님을 보며 나는 진정으로 열심히 살고 있는지 반추해 본다”고 썼다.

이번 논란에 가장 아프게 불교계 반성을 촉구한 이는 40년 재가불자로 지낸 김행수 영화감독이다. 그는 불교영화 ‘공유’를 준비 중이고, 가장 불교 탄압이 심했던 시대를 살았던 부용영관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드라마 ‘6조’를 촬영 중에 있다. 김행수 감독은 SNS에 장문의 글을 통해 혜민, 현각 두 스님의 언행을 나무랐다. 그는 현재 지리산 청학동 산중 초막에 머물며 수행 중에 있다.

그의 글은 “내 종교는 불교다. 불교는 고타마 싯다르타의 가르침이다. 현각스님과 혜민스님의 일을 보며 내가 믿는 불교가 우리 사회에 비웃음을 사고 있는 것이 어찌 보면 잘 된 일이다. 이것이 한국 불교가 나가야 할 방향과 망해 가는 두 가지 길을 동시에 보여 주기 때문이다. 더 큰 비웃음과 채찍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 법대로 사는 불교가 되어야 할 것이다”고 시작된다.

그는 “넌들 부처님 법대로 살고 있냐 물으면, 못살고 있다는 것을 밝힌다”고 전제하면서, “다만 두 분을 언급하는 것은 나 같은 무지렁이가 아닌 출가 수행자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돈 때문이다. 성경에 부자가 천국으로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 보다 어렵다 했다. 가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더 많이 가지려는 인간의 속성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많이 가졌으면 지키는 일도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고 말한다.

고타마 싯다르타는 일찍이 사람은 태어났으면 죽는다고 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 단 한 명도 없다. 그러나 진실로 믿는 사람은 드물다. 이것을 진실로 믿는 것이 불교의 전부다. 진실로 자신의 죽음을 믿는 수행자는 자신의 물질을 지키지 않는다. 한순간 서산에 해 걸리는데 물질을 지킬 시간이 어디에 있나. 그러니 자신이 가진 물질을 지키는데 일생을 탕진한다면 누가 수행자라 할 것인가.

김행수 감독은 ‘무소유’를 “가지지 않는 것이 무소유라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소유는 마음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말이다. 어디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로워야 한다는 말이다. 어디에도 매이지 않으려면 가지되 가진 것이 남을 향해 있어야 한다. 가지고 있으면서 매이지 않을 수행자 누가 있겠는가”라고 정리한다.

부산일보·국민일보 기자, 시사저널 기획위원, TV리포트·티브데일리 편집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으로 있다. ‘장군의 딸들’, ‘질투’, ‘청개구리 합창’, ‘충무로 25시’ 등 소설과 시나리오 희곡 평론집 등을 집필했다
그는 또 “두 분 다 어리석다 여겨진다. 수행자이기 때문이다. 한 분은 조금 현명하게 대처했으면 좋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남의 허물을 내가 덮어 써야 수행자라 했다. 아무리 다른 사람의 목불인견을 내가 덮어 쓸지언정 그것을 대놓고 얘기하는 것은 속인과 다르지 않다. 한국불교를 염려하는 사람은 현각스님 뿐만 아니다. 많은 불교인들이 동참할 것이다”고 전한다.

혜민스님의 활동중단과 선원으로 들어가겠다는 결정에도 부정적이다. 그는 “혜민스님은 선원으로 들어가겠다며 자신의 입장을 정리했는데, 꼬리를 남긴 처신이라 여겨진다. 수행자는 깨달음이 목적이다. 말과 행동을 같이 하기 위해 수행자로 살지 않은가. 세상 어느 한 곳 선원 아닌 곳이 어딘가? 선원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지금까지 말과 행동이 달랐던 것에 대한 답은 아니라는 말이다. 스님을 좋아했던 분들에게 이해를 시키는 것이 먼저이지 않나 여겨진다”고 꼬집었다.

혜민스님이 돈을 많이 번 것을 논할 자격은 사실 그 누구에게도 없다. 그것은 혜민스님의 결정이다. 다만 고타마 싯다르타는 왕궁을 버리고 길로 나왔는데, 혜민스님은 왕궁을 짓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스님을 좋아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왜냐하면 스님들은 고타마 싯다르타의 제자가 되기 위해 삭발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선방만 전전하며, 오로지 화두 참구(參究)만 하다 병을 얻은 수좌들이 작은 숫자가 아니라는 것이 참불자들의 전언이다. 그분들은 병원 갈 돈이 없어 그렇게 뒷방에서 몸을 맡기고 있다. 그러니 누가 선방에서 공부하려 들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불자들은 두 스님의 사건이 더 확대되기를 바라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 불교가 어떻게 올곧게 설 것인지 한국 불교를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기 때문이다.

※ 본지에 실린 칼럼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 뉴스코프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윤상길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