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길의 행복글방] 한국과 미국 정치지도자들의 기묘한 데자뷰

칼럼/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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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길의 행복글방] 한국과 미국 정치지도자들의 기묘한 데자뷰
  • 입력 : 2020. 11.09(월) 13:17
  • 윤상길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
민주주의 국가에서 승복은 상식이고, 그 사회의 도덕과 윤리를 지키는 일이다. 특히 지도자의 위치에서 승복하지 않고 논란을 이어간다면 갑질로 비화될 수밖에 없다. 지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렇다. / AP·뉴시스
“바이든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도 부정선거의 피해자다”라며 외치는 대한민국 민경욱 전 국회의원의 데자뷰. 민경욱 전 의원이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벌일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가 예상됐던 그 묘한 데자뷰!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수감 직전 측근에게 “나라 잘 지켜 달라. 진실은 구속되지 않아”라고 말했다는 그 모습이 떠올랐던 것도 그렇다.

비교의 무게가 전혀 다른 세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들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국가의 민주주의자들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하지만 그들은 민주주의자로서 살아가는 최소한의 윤리성과 도덕성을 외면하지 말았어야 한다. 더욱 지도자로서 “내 탓이요”가 아니라 “네 탓이요”를 외쳐댄다. 지도자로서 임무와 책임에서 도피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덕목은 겸손, 승복, 존중이다.” 연세대 통일연구원 김종대 객원교수가 한 TV 미국 대선 관련 방송에 출연해 한 말이다. 이 지적을 전제로 한다면 그들은 민주주의자들이 아니다. 선거 결과에 불복했다. 상대방을 존중하지도 않았고, 겸손하지도 않았다. 자연스럽게 최고 지도자로서의 권위마저 상실했다.

미국의 경영작가 제임스 C. 헌터는 그의 저서 ‘서번트 리더십’에서 “권위란 결코 사고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인간으로서 인성이 중요하며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바로 그 리더십을 세우는 것은 결국 스스로 먼저 낮추고 서번트(봉사) 하는 것이다”고 말한다. 민주주의의 지도자라던 그들의 목 맨 항의가 헛소리로 들리는 것도 국민에게 봉사하지 않고 군림하려 했기 때문이다. 권력을 지닌 사람들에게 ‘승복의 미학’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승복’은 법보다 우선하는 상식에, 그 사회의 도덕과 윤리에 승복하는 일이다. 대체로 그 기준은 여론에 승복하는 데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갑질’이 된다. ‘아빠 찬스, 엄마 찬스’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갑질’은 권력 있는 ‘갑’이 상대적으로 힘없는 ‘을’에게 하는 패악질을 말한다. 우월한 신분, 지위, 직급을 이용해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하며 제멋대로 구는 행동을 총칭한다. 트럼프의 고집불통 선거 결과 불복 이유를 살펴보면 그는 대통령이라는 무한권력의 ‘슈퍼 갑’이요 ‘울트라 갑’이다.

지도자가 ‘겸손, 승복, 존중’이란 민주주의자의 덕목을 지키지 않고 고집불통 ‘슈퍼 갑질’을 펼치면 ‘을’의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피곤만 더해질 뿐이다. 물론 이 같은 갑질 사건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 갑질은 수없이 자행돼왔다. 몰랐던 것이 아니라 감췄을 뿐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쉬쉬 했을 뿐이다. 그러나 갑질에 차이고 갑질에 멍들었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누구나 적폐를 감추지 않는다. 피하지 않는다. 그래야 제2, 제3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한때 국내에서 유명세를 떨치던 가수 유승준은 대법원 승소로 입국이 가능해졌지만 허가는 떨어지지 않았다. 그를 향한 여론도 여전히 싸늘하다.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선 겸손과 존중이 중요하다. / SNS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소송을 연방법원까지 끌고 갈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웬만한 권력자들은 자신과 연관된 사건 사고 문제를 대부분 대법원에 상고한다. 변호사 비용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제만이 아니다.

한때 유명한 가수였던 미국인 스티브유(한국명 유승준)는 한국 입국이 거절되자 대법원까지 이 사안을 끌고 갔다. 그래서 승소했다. 하지만 입국 허가는 나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는 이겼는지 모르지만 여론은 아직도 싸늘하다. 그는 여전히 여론에 승복하지 않고 있다. 그의 나라에서, 또 그의 모국에서 민주주의자로서의 ‘승복의 미학’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입국을 싫어하는데 굳이 재판까지 하면서 한국에 오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게 여론이다.

유명 연예인을 살펴보면 가끔 ‘인기가 벼슬’인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겸손과 존중이라는 덕목을 잊은 사람들이다. 이들 역시 민주주의 국가의 대중예술인으로는 부적합한 측면이 보인다. 이 사회 지도자들로부터 잘못 전해진 나쁜 DNA 때문이다.

아이돌 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은 한참 연배인 자신의 스태프에게 갑질을 하다가 결국 여론에 ‘승복’, 사과를 했지만 대중의 질타는 여전하다. 여론에 ‘승복’하지 않는 유명 연예인은 많다. 그룹 JYJ 출신 박유천은 성추문, 마약혐의 등 연이은 사건사고로 결국 연예계에서 퇴출됐다. 하지만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그리움’과 ‘기다림’이란 감정으로 포장해 연예계 주위를 맴돌더니 이제는 아예 활동 복귀를 공식화했다.

도박빚으로 시끌버끌한 S.E.S의 슈는 연예계 은퇴를 선언하더니 슬그머니 지난달 일본에서 음반을 냈고, 부모의 채무 관련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에게 막말을 일삼다 활동을 접었던 래퍼 마이크로닷도 새 앨범을 내놓았다. 이밖에도 MC몽, 젝스키스의 강성훈, 방송인 신정환 김생민 등도 여론에 승복하지 않고 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로 시작된 ‘부모찬스’는 전·현직 국회의원으로 시작해 소위 금수저 출신들에게서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여론 불복’의 소리들이다.

부산일보·국민일보 기자, 시사저널 기획위원, TV리포트·티브데일리 편집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으로 있다. ‘장군의 딸들’, ‘질투’, ‘청개구리 합창’, ‘충무로 25시’ 등 소설과 시나리오 희곡 평론집 등을 집필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은 지금도 유효하다. ‘갑질’이 자유로운 현재의 자리를 지키고 싶어 하는 윗물들 중에는 보수층이 많다. 그들은 변화를 싫어하는 우유부단한 계층이다. 자신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절대 바꾸지 않고, 남들이 자신의 생각에 반기를 들면 굉장히 불쾌해 하는 타입이다. 고집불통에 안하무인이라 타협이 되지 않는 것이 단점이다. ‘불복’의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

민주주의의 덕목을 지니지 못한 지도자들로 인해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불안이 조성된다. 그들은 뻔한 팩트를 비틀고 왜곡한다. 언론은 이를 국론분열이라고 표현한다. 어느 나라에나 국론분열은 있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 이후 이번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국론분열은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이다.

학자들은 “한국인은 당파성이 있다”는 개념 자체가 식민사관적이라 지적한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종주국 미국의 빨간색 파란색의 색깔 당파성이 지금 얼마나 대단한가. 국론분열 없는 나라는 북한과 중국 정도이다. 당파성은 인간의 속성이다. 우리는 미국의 선거를 보며 한편으론 자부심도 느껴야 한다. 우리가 이 정도 수준의 민주주의를 일궈냈다는 그 사실이야 말로 너무나 귀중하다.

※ 본지에 실린 칼럼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 뉴스코프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윤상길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