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길의 행복글방] ‘닭과 알’의 법칙, 배우가 먼저냐? 가수가 먼저냐?

칼럼/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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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길의 행복글방] ‘닭과 알’의 법칙, 배우가 먼저냐? 가수가 먼저냐?
  • 입력 : 2020. 10.27(화) 18:16
  • 윤상길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
지난 26일 첫방송된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주연을 맡은 유진은 걸그룹 SES 출신으로, 배우로 전향한 가수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 방송화면 캡처
닭과 알 중 어느 것이 먼저 나왔는가. 그래서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라는 답을 알 수 없는 난문이 사회 여러 분야에서 쓰인다. 요즘 연예계에서도 이 난문은 여전히 변형되어 쓰인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배우가 먼저냐? 가수가 먼저냐?”이다.

멀티미디어 시대를 사는 연예인은 다재다능해야 한다. 융복합이란 말로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한다. 장르 파괴, 크로스오버 등의 단어가 생소하지 않은 세상이다. 연예인은 인기를 먹고 산다. 잘 먹고 살려면 인기를 얻어야 하고, 그러려면 유명해져야 한다.

유명해지기 싫어하는 연예인은 없다. 예술가와 연예인의 경계는 그 지점에서 갈린다. 유명한 예술가도 있지만 무명으로 평생을 걷는 예술가도 많다. 하지만 무명 연예인으로 평생을 살기란 정말 어렵다. 인기란 먹이가 없기 때문이다.

배우가 가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아이돌그룹 가수들이 다투어 영화와 드라마에 배우로 참여한다. 내재된 ‘끼’를 못 참아서이기도 하지만 ‘인기’란 ‘먹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배우가 가수로, 가수가 배우로 노선을 바꾸어 탈 수 있느냐에 있다.

처음으로 돌아가 “배우가 먼저냐 가수가 먼저냐란 난문의 답은 ‘가수’다. 수입은 물론 갈아탈 수 있는 기회도 가수에게 더 많다.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국세청 2018년 자료에 따르면, 분야별 상위 1%가 벌어들인 1인당 수입은 가수가 34억4698원, 배우는 17억256만원이다.

상위 1%에 들면 유명 연예인이다. 유명 가수가 유명 배우보다 2배 가까운 소득을 올리고 있다. 수입만 보면 배우보다 가수가 먼저다. 통계에서 가수는 대중가수를 이르고, 배우는 영화, TV드라마, 뮤지컬, 연극, 개그맨, 성우(목소리)를 포함하고 있다. 가수가 배우로의 변신이 용이한 이유는 배우(연기자)의 활동무대 폭이 넓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두 편의 TV드라마가 첫 방송을 내보냈다. SBS의 ‘펜트하우스’와 MBC의 ‘카이로스’이다. ‘펜트하우스’의 주연 유진은 SES, ‘카이로스’의 주연 남규리는 ‘씨야’ 멤버로 성공한 초기 아이돌그룹 출신 배우이다. ‘카이로스’에는 남성 그룹 위너의 강승윤이 제법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한다.

JTBC드라마 ‘경우의 수’에는 옹성우, 김동준, 표지훈 등 아이돌그룹 출신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방송 제작자들은 리스크가 적은 화제의 인물을 캐스팅하는 데 애를 쓴다. / JTBC

이들뿐 아니라 최근의 TV드라마에는 배우로 변신해 완벽하게 성공한 그룹 출신 가수들은 많다. 가수와 배우 활동을 병행하며, 완벽 연기자로의 탈바꿈을 시도하는 현역 가수 또한 적지 않다.

현재 방영 중인 JTBC 수목극 ‘사생활’의 서현(소녀시대), JTBC 주말극 ‘경우의 수’의 옹성우(워너원)와 김동준(제국의 아이들), OCN 주말극 ‘써치’의 정수정(에프엑스의 크리스탈), MBC 수목극 ‘나를 사랑한 스파이’의 문정혁(신화의 에릭), tvN 주말극 ‘스타트업’의 배수지(미쓰에이의 수지) 등은 명실 공히 주연급 배우로 활약 중이다.

최근에 종영된 OCN 주말극 ‘미씽:그들이 있었다’에는 원더걸스 출신의 안소희가 출연했고, MBC 드라마 ‘시네마틱드라마 SF8’에는 유이(애프터스쿨), 최시원(슈퍼주니어), 하니(EXID) 등 아이돌가수 출신들이 무더기로 출연했다.

이밖에 ‘경우의 수’의 표지훈(블락비의 피오), SBS 주말극 ‘앨리스’의 송지혁(초신성) 이수웅(소년공화국) 연우(모모랜드), JTBC 월화극 ‘18어게인’의 최보민(골든차일드), KBS2 수목극 ‘도도솔솔라라솔’의 이서안(파이브돌스), KBS2 주말극 ‘오! 삼광빌라!’의 보나(우주소녀) 등은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에서 만날 수 있는 아이돌그룹 가수들이다.

이들보다 먼저 성공한 황정음(슈가)은 ‘그놈이 그놈이다’ 출연을 마치고 휴식기를 갖고 있으며,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전천후 연기자로 자리매김한 윤아(소녀시대)는 오는 12월 11일 첫 방송되는 JTBC 새 드라마 ‘허쉬’에서 주연을 맡아 촬영 중이다.

베이비복스 출신의 윤은혜는 MBC ‘청춘다큐 다시 스물 - 커피프린스 편’에 출연한 이후 SBS ‘정글의 법칙-제로포인트’ 등 예능 프로그램에 모습을 보이는 등 배우로서의 활동 재개를 예고했다. 샤크라 출신의 정려원은 JTBC ‘검사내전’ 출연 이후 화보 촬영, 예능 프로그램 출연 활동을 병행하면서 다음 작품을 탐색 중이다. 이제 가요계에서 완전히 멀어진 연기자들이다.

방송을 앞두고 한창 촬영 중인 tvN 월화극 ‘산후조리원’에는 달샤벳 출신의 배우희가 출연하며, KBS2의 ‘신 암행어사’에는 JTBC ‘이태원 클라쓰’로 주가를 올린 헬로비너스 출신의 권나라가 출연한다.

부산일보·국민일보 기자, 시사저널 기획위원, TV리포트·티브데일리 편집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으로 있다. ‘장군의 딸들’, ‘질투’, ‘청개구리 합창’, ‘충무로 25시’ 등 소설과 시나리오 희곡 평론집 등을 집필했다.
아이돌그룹 출신이 아니더라도 배우로 전업한 가수도 여럿이다. ‘리갈하이’, ‘슈츠’ 등 드라마에 출연한 채정안은 한때 이정현과 테크노 가수로 선두를 다투었던 2집 앨범 가수 출신이다. 그는 현재 1인 방송 ‘채정안의 울랄레오 TV’를 운영 중에 있다. 지난 13일 종영된 MBC every1 드라마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 건 싫어!’에 출연한 노지훈은 요즘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트로트가수다.

위의 예에서 보듯이 유명 배우가 되는 길 가운데 가수 활동은 지름길이 된다. 이쯤 되면 가수, 특히 아이돌그룹 출신들을 드라마 제작진이 선호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제작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차려놓은 밥상’ 가로채기이다.

“지상파 방송은 물론이고, 종편이든 케이블이든 방송사는 유튜브 등 새 플랫폼으로 떠나간 시청자를 잡기 위해 화제인물을 캐스팅하려 애쓴다. 신인을 키우는 건 품이 많이 들고 리스크가 크니 다른 분야에서 이미 스타가 된 사람들을 끌어다 쓴다”라는 게 그 이유다. 뉴페이스에 대한 방송사의 고질적인 갈증도 여기에 한몫을 한다.

다른 분야의 뉴페이스 가운데 가수, 특히 아이돌그룹은 언제나 0순위 섭외 대상자가 된다. 방송 환경에 익숙하고, 대체로 훈련 시스템이 잘 갖춰진 유명 기획사 소속이란 점도 장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연예인이 되려면 그 첫걸음을 가수 분야에서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결론은 그래서 옳다.

※ 본지에 실린 칼럼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 뉴스코프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윤상길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